AI 거인의 선택,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에 다시 볕이 드는 이유

  • 엔비디아의 묘수 :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로크(Groq)’를 인수하는 대신, 기술 라이선스와 핵심 인력 영입이라는 실리적인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 K-방산의 포효 : 한화의 필리핀 조선소가 미 해군 핵잠수함 건조의 잠재적 기지로 거론되며, 한국 방산·조선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 마이크론의 증명 :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는 길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사건의 이면]

오늘 시장은 우리에게 세 가지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됩니다. 바로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또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각자의 대답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AI 제국의 황제,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경쟁자로 떠오르던 ‘그로크’를 삼켜버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엔비디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거액의 인수 대신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묘수’를 택한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이는 단순히 돈을 아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미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인 엔비디아가 거대한 인수를 감행한다면, 각국 규제 당국의 날카로운 칼날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제국의 영토를 무리하게 넓히기보다, 성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창(기술)과 용맹한 장수(인재)를 얻는 실리를 택한 것입니다. 이는 국내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독점이 더욱 공고해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우리만의 길을 찾을 것인가’라는 숙제를 던져줍니다.

이 거대한 AI의 물결은 곧바로 두 번째 이야기, 반도체 시장으로 이어집니다.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려면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해야 하고, 이는 곧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HBM)의 폭발적인 수요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마이크론의 실적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12월 17일 장 마감 후 발표된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과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티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체에 따뜻한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AI라는 거대한 엔진이 돌기 시작하니, 그 엔진에 기름을 대는 메모리 산업도 함께 뜨거워지는, 지극히 당연한 인과관계가 숫자로 증명된 셈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조금 다른 곳, 필리핀의 조선소에서 들려옵니다. 한화가 인수한 조선소에서 미 해군의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는 당장의 계약이 아닌 먼 미래의 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꿈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가진 기존의 역량(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전혀 다른 시장(미국 방산)과 연결하려는 담대한 상상력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현재’라면, 이러한 새로운 도전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씨앗입니다. AI와 반도체가 기술 패권의 최전선이라면, 방산과 조선의 결합은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투자자를 위한 조언]

엔비디아

엔비디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오늘의 시장은 단기적인 주가 등락 너머에 있는 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개별 기업의 호재나 악재에 흔들리기보다, 그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큰 그림을 그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선, 마이크론이 던진 신호탄의 의미를 곱씹어보아야 합니다. 실적 발표에서 나온 숫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에 대한 ‘가이던스’가 핵심입니다. 앞으로 발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에서 AI와 HBM 관련 수요 전망이 어떻게 제시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반도체 산업의 진짜 체온을 알려줄 것입니다.

더 거시적으로는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미국의 금리 정책을 계속 주시해야 합니다. 기술주와 성장주는 금리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연준의 금리 결정은 2026년 1월 27일에서 28일(현지시간)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이루어지며,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월 29일 새벽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때 발표될 금리 방향성과 연준 의장의 발언 하나하나가 전 세계 자산 시장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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