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회로를 새기는 작업만큼이나 마지막 손질도 중요하다. 다 만든 칩을 자르고, 포장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이 마지막 단계를 후공정이라고 부르는데, 하나마이크론이 바로 이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최근 이 회사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주가도 업종 평균보다 훨씬 잘 버텼지만, 그 이면에는 회사를 세운 사람이 지분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있다.
어떤 회사이고, 무엇을 하려 하나
하나마이크론을 세운 사람은 최창호 회장이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오래 일하다가, 2001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키징 사업부를 통째로 분사시켜 이 회사를 차렸다. 처음에는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이 주된 일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매출의 60% 넘는 부분이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에서 나온다. 메모리 하나에만 기대는 사업 구조보다, 여러 반도체를 다루는 쪽이 경기를 덜 타기 때문에 방향을 이렇게 튼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욕심을 내고 있다. 실리콘관통전극(TSV)이나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처럼, 후공정 안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기술에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이런 기술은 고성능 반도체를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데 필요해서, 앞으로 반도체가 더 작고 더 강력해질수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영역이다. 해외로도 발을 넓혔는데, 브라질에 합작법인 HT Micron을 세워 현지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조립해 공급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재무 흐름: 좋아진 실적, 그만큼 비싸진 주가
최근 실적만 놓고 보면 이 회사는 꽤 잘 나가고 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62.84% 늘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그보다 훨씬 가파르게, 513.61%나 늘었다. 매출이 느는 속도보다 이익이 느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건, 그만큼 공장을 돌리는 효율이 좋아졌거나 수익성 높은 제품 비중이 커졌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벌어들인 돈을 자기자본과 비교해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4.53%로 높은 편이라, 돈 버는 능력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걸리는 부분도 있다. 부채비율이 195.46%까지 올라와 있는데, 이 정도면 당장 위험하다고 볼 수준은 아니지만 여유가 넉넉한 상태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좋아진 실적이 이미 주가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지금 주가는 순이익 대비 63.22배, 순자산 대비로는 6.0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정도 밸류에이션은 앞으로도 지금 같은 성장세가 계속돼야 정당화되는 자리이지, 실적이 한 번이라도 주춤하면 부담으로 바뀔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주가와 지분 흐름: 잘 버틴 주가, 조금씩 줄어드는 회장 지분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꽤 출렁였다. 20거래일 안에서 가장 높았던 가격이 5만 5,900원이었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정규장 중) 주가는 3만 6,350원까지 밀려 있다. 최근 한 달 고점 대비로는 34.97% 눌린 셈이다. 이동평균선은 최근 며칠에서 몇 달간의 평균 가격을 보여주는 선인데, 지금 주가는 5일·20일·60일 평균 가격보다도 낮은 자리까지 내려와 있다. 최근 흐름만 보면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뜻이다.
다만 기간을 조금 더 늘려서 3개월 단위로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하나마이크론의 3개월 수익률은 여전히 플러스(6.78%)다. 반면 같은 3개월 동안 반도체 업종 전체는 32.37% 넘게 빠졌다. 최근 한 달 새 가파르게 조정받은 건 맞지만, 조금 더 긴 흐름으로 보면 업종 전체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이 종목만큼은 플러스 수익률을 지켜낸 셈이라, 상대적으로는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수급에서는 방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최근 30일 동안 기관은 이 종목을 575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같은 기간 548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국내 기관은 사들이고 외국인은 판 셈인데, 어느 한쪽의 판단이 맞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여기에 신용으로 주식을 산 사람들의 비중을 보여주는 신용융자잔고비율도 최근 2.43%로, 그 전 평균이던 2.00%보다 높아져 있었다. 이는 주가가 다시 크게 흔들릴 경우 반대매매가 나올 여지도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지분 쪽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하다. 실제 공시를 뒤져본 결과, 최창호 회장의 지분율은 올해 2월 26.42%에서 6월 26.16%로 조금씩 낮아져 왔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그 물량 일부를 장내에서 파는 방식이 몇 달째 반복됐고, 그 사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힌 대출 계약의 조건도 두 차례 바뀌었다. 반대로 같은 시기 삼성자산운용은 지분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였다. 지난 3월 위탁운용분까지 합쳐 지분을 6.90%까지 끌어올렸다. 회사를 세운 사람은 조금씩 손을 터는데, 기관투자자는 그 무렵 오히려 발을 들이는, 서로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같은 시기에 겹친 셈이다.
종합 판단
실적이 뚜렷하게 좋아지고 있고, 업종 전체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그만큼 밸류에이션도 이미 높아져 있고, 창업주의 지분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사실,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는 점, 신용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은 함께 눈여겨봐야 한다. 좋은 이야기와 걸리는 이야기가 동시에 있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 이 종목을 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자료: 한국투자증권(KIS) Open API(2026-07-21 정규장 중 조회), DART Open API(대량보유·임원지분 공시), 더벨·네이트뉴스(기업개요).